※Caution※

컨트보이 소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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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느낀 것은 지독한 열병을 앓고 난 이후부터였다.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침대에 틀어박혀 며칠을 앓았다. 아마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관리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고싶지 않았다. 옮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집까지 찾아온 그를 돌려보낸 적도 있었다. 방문을 사이에 두고 듣는 목소리에 어찌나 애가 닳았는지 모른다. 얼른 나아서 만나러 갈게요. 부드러운 말로 어르고 달래서 당신을 안심시키고,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그런 일상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도 사흘 정도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문득 한 번씩 영문 모를 복통이 몰려와 자리에 주저앉을 뻔하기도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우 여유가 생겨 당신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모처럼 시간을 냈으니 다음날까지 일정을 비웠다.

…그랬는데. 약속 당일 아침, 부스스한 낯으로 일어나 평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욕실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변기 앞에 서서 볼일을 보려던 참이었다. 손을 뻗어 그곳에 있을 것을 쥐어보려고 했으나 손이 헛돌았다. 타이밍 나쁘게 터져 나온 소변이 그대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뜨끈하게 젖은 잠옷이 피부에 들러붙는 느낌이 불쾌했다.

“……?”

아래를 내려본다. 있어야 할 것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잠이 덜 깼나. 손을 뻗어 밑을 더듬어보면, 말랑하게 갈라진 틈이 손끝에 걸린다. 하반신에 이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분이나 걸렸더라. 축축해진 손가락과 매끈해진 샅을 번갈아보다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뒷걸음질 쳐서 욕실 벽에 등을 대고 섰다. 혼란스러웠다. 기껏 생각해둔 모든 일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뒤늦게 약속을 취소할 수도 없는지라 일단은 채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섰다.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에 연신 눈이 떨렸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는 걸 알면서도 신경이 쓰여 미칠 것 같았다.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 장소로 가는 내내 식은땀이 흘렀다. 가끔은 시간에 맞춰 나와도 좋으련만. 시계가 고장 나기라도 한 건지 그는 늘 저보다 일찍 도착해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오오사키 씨.”

“아닙니다.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거짓말. 그의 발치에 버려진 담배꽁초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20분은 기다렸다는 뜻이다. 굳이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한참 앓아누워있었던 걸 아직 신경 쓰고 있는지 예약해둔 식당 앞까지 은근하게 저를 에스코트하려는 모습에 머릿속에 잔뜩 쌓였던 걱정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고작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당신을 훨씬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주문을 마치고 목을 축이며 그동안의 안부를 나눴다. 내가 없는 동안 당신은 굵직한 사건 하나를 마무리했다고 했다. 오랜만의 식사 자리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며 말을 돌리기는 했으나 뉘앙스로는 치정살인의 범인을 잡은 것 같았다. 가슴 언저리가 따끔거렸으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어쨌건 당신과 함께하려면 나는 선인이어야 했으니까.

“입에 맞으세요?”

“네. 맛있습니다.”

달각, 달각. 유리 접시와 식기가 맞닿는 소리로 테이블이 소란했다.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식당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새 새로 도착한 오므라이스 한 귀퉁이를 스푼으로 가득 퍼 올려 입에 넣고 잠시 우물거리고 있으면 눈이 마주친다. …에헤. 입을 가린 채 멋쩍게 웃음소리를 내면 당신이 화답하듯 미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주었다. 엷은 미소에 살갗 아래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간지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하반신에 생각이 미치는 것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는다. 이걸 대체 무슨 수로 알린단 말인가. 꿀꺽. 잘게 부스러진 밥알들을 삼키며 깊은숨을 흘린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의사에게 물을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그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인 만큼 또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 원래대로 돌아와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가정을 하는 게 최선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언제나처럼 아이스커피 두 잔과 디저트 몇 개를 시킨다. 덥지 않으세요? 그렇게 물으면 당신은 이마에 작은 땀방울을 매단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또 거짓말. 그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 모르는 척 넘어간다. 금세 또 뭘 걱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괜찮아지셔서 다행입니다. 그땐 목소리가 많이 안 좋으셨는데.”

“아, 헤헤…. 덕분에요. 오오사키 씨가 다녀가신 뒤에 거짓말처럼 나았어요.”

가볍게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다 눈웃음을 지었다. 애정 어린 말에 기분이 좋아져 허공을 둥둥 떠다니다 곧 정신을 바짝 차린다. 아마 조금만 삐끗했다면 늘 하던 것처럼 당신의 손을 끌어당겨 장난스레 만져대고 있었을 거다. 다른 날이었다면 몰라도 오늘은 안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갈무리한다.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가까운 느낌을 주되,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느긋하게 데이트를 마치고 산책 삼아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종종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수평선을 바라본다. 수면에 강렬하게 비치는 노을빛에 눈이 따가웠다. 조금만 참으면 택시 정류장에 닿을 테다.

“아리아케 씨. 오늘, 댁에 들러도 괜찮겠습니까?”

“에? 콜록, 켁….”

기어이 튀어나오는 물음에 사레가 들려 헛기침을 한다. 애석하게도 제 노력은 쥐뿔도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좀…. 급하게 나오느라 정리를 못 했거든요.”

“괜찮습니다.”

“아, 아직! 진짜로 다 나았는지도 모르겠고요….”

“…? 나았다고 하셨습니다만,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십니까?”

그랬던가. 순간 심각해지는 그의 표정을 보며 눈을 데루룩 굴리다가 손사래를 쳤다. 일이 커지기 전에 그냥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거였다.

“아뇨…! 그게, 의사한테 정확히 진단받은 건 아니라서요. 혹시 몰라서….”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아, 이 고집쟁이! 제발 좀! 속으로 팔을 붕붕 휘둘렀다. 몇 번 더 핑곗거리를 댔으나 꿋꿋하게 집까지 모셔다드리겠다며 같이 택시에 올랐다. 이대로 놓고 간다고 해도 집까지 뒤따라올 게 자명했다.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으나 하는 수 없이 조용히 그의 옆자리에 앉을 수밖에는 없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일단은 대문 앞에서 헤어지자고 하거나, 잠깐 볼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니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을 잠글까? 음…. 그랬다간 밤새 현관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답을 내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별장 대문이 보였다. 심란했다. 답답한 속을 참지 못하고 재킷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 물면, 기다렸다는 듯 성냥에 불을 붙인 당신이 바람이 들지 않도록 한 손으로 불씨를 가린 채 제 앞으로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끝이 타들어 가기 시작한 연초를 깊게 빨아들였다. 팍팍하던 정신에 니코틴이 돌기 시작하자 금세 또 기분이 나아진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조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에…?”

손에 들려있던 신세이를 한 개비 꺼내 간 당신이 그것을 입에 물고 고개를 가까이 붙여왔다. 밋밋하게 마른 끝과 빨갛게 타고 있는 끝이 닿는다. 불은 어렵지 않게 옮겨갔고, 머지않아 뒷목을 가볍게 감쌌던 가죽의 감촉이 떨어져 나간다. 손이 닿았던 자리가 마치 불에 데기라도 한 듯 뜨거웠다. 일련의 행동에서 명백한 의도가 느껴졌다. 지긋하게 쏟아지는 시선을 피하며 몸을 사선으로 틀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손바닥이 축축해진다. 제 이변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담배를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주머니에 든 열쇠를 매만지다 당신이 잠시 한눈을 파는 틈을 타 기민하게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대로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돌리고, 현관으로 뛰어들어 문고리를 잡아 닫으려던 찰나였다.

“…아리아케 씨.”

―턱. 빠듯하게 열린 문틈으로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불쑥 끼어들었다. 생리적인 공포감에 식은땀이 쩔쩔 났다. 온 힘을 다해 손잡이를 당겨보지만, 강한 반발감만 느껴질 뿐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놔주세요, 오오사키 씨. 오늘은 정말로…!”

“…….”

문틈과 장갑이 마찰하며 빠드득, 하는 소리를 낸다. 온 체중을 다 실어보았으나 당신이 힘을 주기 시작하자 문은 허망할 정도로 쉽게 열렸다.

“이유를 여쭙고 싶습니다, 아리아케 씨.”

“아니! 그런, 그런 게 아니라, …윽!”

단숨에 벽으로 몰아붙여진다. 쾅! 타이밍 나쁘게 닫힌 문이 큰 소리를 냈고, 그렇지 않아도 긴장한 몸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한나절 내내 모호하게 밀어내듯 굴다 기어이 도망치려 들었으니 아무래도 화가 났을 테다. 허우적거리다 양어깨에 닿은 손을 한곳에 모아 손아귀로 꾹 찍어누른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바짝 들이밀었다. 신세이 향과 함께 그의 체향이 훅 끼쳐 들었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낮은 목 울림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차마 무어라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닌 것 같고…. 단순한 심경의 변화입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그래서 묻지 않습니까. 무슨 이유인지.”

손목을 짓누른 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피가 통하지 않는지 손끝이 저릿했다. 여차하면 뼈가 부러질지도 몰랐다. 당혹스러웠다. 와중에도 당연하다는 듯이 흥분감이 끼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미적지근하던 살갗에 열이 올랐다. 오오사키 씨가 싫어진 게 아니에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학, 우웁…!”

그 말이 모종의 허락처럼 들렸는지 그가 입술을 맞붙여왔다. 다리 사이로 거칠게 끼어든 무릎이 아무것도 없는 섶을 문지르는 것에 으으응, 하며 버둥거리기가 무섭게 턱을 쥐어 잡혔다. 맥없이 벌어진 잇새로 파고든 혀에서는 씁쓸한 맛이 났다. 여기서 저항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게 뻔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듯이 그저 얌전히 입을 벌린 채 당신의 기분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우악스럽게 구강을 헤집는 혀를 달래듯이 움직여보기도 하고, 몸에 힘을 뺀 채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풀어달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아흐. 윽, …흣!”

흠칫. 허벅지에 문질러지던 하반신에서 퍼지는 찌릿한 쾌감에 허리를 바르르 떨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뱃속이 뜨거웠다. 발기하는 것과는 달랐다.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미끄럽고 질척한….

“오, 오오사키 씨! 잠깐, 안 돼…! …히윽!”

순순한 반응에 화를 누그러뜨린 듯하던 당신의 손이 배꼽 아래를 훑으며 허리춤 안으로 쑥 들어왔다. 그리고, 제가 아침에 그랬듯 애매한 위치에서 빙글 헛돌았다. 안된다니까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춰왔다.

“…아리아케 씨, 설마.”

“아…, 제발!!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상상도 못 한 반응에 빽 소리를 지르며 벙찐 얼굴이 된 그를 뒤로 팍 밀어냈다. 절대 비켜주지 않을 듯 굴던 몸이 순순히 뒤로 물러나면, 힘이 쭉 빠져 그 자리에 스르륵 주저앉는다. 얼굴이 홧홧했다. 불미스러웠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 꼴이 되었다고 하면 믿어줄까. 서러운 마음에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오오사키 씨한테는, 비밀로 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

…징그럽잖아요, 이런 거. 몸을 웅크린 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코를 훌쩍였다. 이런 꼴을 하고서 당신이 주는 손길을 기꺼워하고 있는 제가 싫었다. 이대로 벽으로든 바닥으로든 스며들어서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힉! 내, 내려주세요!”

“안 됩니다.”

불쑥 다가온 그가 무방비하게 웅크려진 몸을 덜렁 들어 올렸다. 둥글게 말린 모양새 그대로 품에 안긴 꼴이 되어 짐짝처럼 어디론가 옮겨진다. 그 와중에도 신발 벗는 것을 잊지 않는 모습이 참 당신다웠다. 계단을 올라 가장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면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커튼이 반쯤 쳐진 침실 안으로 어둑한 빛이 들고 있었다.

여기로 데려왔다는 건, 그러니까…. 미처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푹신한 침대 위에 내려진 몸 위로 당신이 몸을 겹쳐왔다.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고, 셔츠가 삐져나와 헐렁하게 드러난 옆구리 안으로 손을 밀어 넣는다. 부드럽게 길든 가죽이 납작하게 붙어있는 유두를 살살 누르며 비트는 것에 저도 모르게 몸을 바르작댔다. 정확히 짚을 수 없는 뱃속 어딘가가 뜨겁게 간질거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신 겁니까.”

“오늘, 아침부터….”

그가 입술을 떼어주자마자 몰려드는 부끄러움에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얼핏 웃음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으나 그런 데에 하나하나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종일 고민했던 게 무색할 만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능숙하게 벨트를 풀어내는 손길이 얄미웠다. …퍽. 아무렇게나 뻗은 다리가 단단한 무엇에 부딪힌다. 아마도 당신의 어딘가를 걷어찬 것 같았다. 힘주어 버둥거린 탓에 꽤 아팠을 텐데도 그는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베개 틈으로 빼꼼 눈을 내미는 순간 발목을 쥐어 잡힌다. 볼록 튀어나온 복사뼈 언저리에 입술을 문지르며 좁은 틈새로 시선을 맞춰오는 것에 다시금 얼굴을 가리려는 찰나였다. 팔을 뻗은 그가 가볍게 베개를 빼앗아 간다.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드러난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얼굴이 아니라 이쪽을 가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흐읏…! 오오사키 씨, 좀!”

아무렇지 않게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는 것에 기함했다. 가끔 당신은 상식이 마비된 사람처럼 굴 때가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는 장소에 대뜸 입을 대는 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래도 제 상식으로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더운 숨과 함께 튀어나온 살덩이가 옴폭 들어간 샅에 닿는다. 여성의 음부는 그림에서나 몇 번 본 게 다였다. 어디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알 리가 없다.

쯥, 츄릅. 점막에 닿은 입술 틈으로 불경한 소리가 샌다. 입이 닿는 곳을 전부 핥고 빨아보던 그가 눈을 치뜨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혀가 볼록한 중심부에 스칠 때마다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그 반응을 눈치챘는지 이번에는 혀끝으로 그 자리를 누른다. …흐엑! 찌릿하게 끼치는 성감에 벌어진 음부가 멋대로 옴죽거렸다. 뱃속이 가려웠다.

어느새 장갑을 벗은 당신이 미끈하게 젖은 구멍 주위를 지분거리는 것에 눈을 질끈 감는다. 거친 손끝이 예민한 자리에 닿아 비벼지면, 잔뜩 힘이 들어간 허리가 저절로 튕겨 올라갔다. 알 듯 말 듯 애매한 감각이었다.

“으아, 흐…. 간지러워요. 기분, 이상해….”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저으면서도 빠르게 몰려드는 흥분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처박은 당신이 젖꼭지를 빨 듯 솟아오른 중심부를 빨아들이는 것에 벌어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틈을 놓치지 않고 좁다란 구멍을 파고든 손가락이 늘 하던 대로 길을 넓히며 들어온다. 손끝으로 천장을 쿡쿡 누르는 것에 묘하게 요의가 일었다.

…평소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몸이 더 민감해진 기분이다.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 안을 휘저으며 손목을 털어댈 때마다 벌어진 다리가 연신 잘게 떨렸다. 숨이 가빠진다.

“…히엑, 윽! 자꾸, 거기만 누르면…. 아, 나올, 것, 같…!”

일순 전기가 흐르는 마냥 저릿한 쾌감이 몸을 관통했다. …퓻. 움찔거리던 아래에서 무엇인지 모를 것이 왈칵 터져 나왔다.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요란하게 쏟아졌다. 금세 시트가 축축하게 젖었고, 당신은 그 물줄기가 멈출 즈음에서야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물려주었다.

차마 눈을 뜰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마 시트뿐 아니라 당신의 얼굴이며 손까지 몽땅 엉망이 되었으리라. 수치스러움에 눈물이 찔끔 났다. 아침부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쥐구멍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들어가서 숨고 싶었다.

“싫지 않으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제발 놀리지 마세요….”

눈물을 훔쳐내고 꾸물꾸물 움직여 몸을 웅크렸다. 입을 삐죽이며 슬그머니 눈을 흘긴다. 그러다가도 훤히 드러난 당신의 상반신이 보여 꼴깍 침을 삼켰다.

“이건 아리아케 씨와 저만의 비밀로 하겠습니다.”

“저는, 당신한테 비밀로 하고 싶었던 거라고요….”

훌쩍 다가와서는 짧은 입맞춤 세례를 퍼붓는 당신에게 마구 투정을 부리면서도 밀어내지는 않았다. 팔을 뻗어 목을 감싸 안은 채 자연스럽게 공간을 내어준다. 코끝을 비비고, 입술을 겹쳤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혀가 조금 전까지 제 가랑이 사이를 열심히 핥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찌극. 말간 애액을 흘리고 있는 구멍 위로 뜨겁고 뭉툭한 것이 닿는다. 처음도 아니건만 괜스럽게 긴장이 되어 팔에 힘을 준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처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렴 중요하지 않은 생각에 정신이 팔려 움직임을 멈추고 있으면, 머지않아 아래에서 묵직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오, 오오사키 씨…! 흐, 아윽…!!”

젖은 내벽을 열고 들어온 귀두가 단박에 안쪽 가장 깊은 곳까지 틀어박혔다. 빠듯하게 벌어진 틈에서 뜨끈한 체액이 밀려 나왔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구멍인 탓일까. 빠르게 퍼지는 낯선 쾌감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깊게 박혔던 성기가 오돌토돌한 내벽을 훑으며 빠져나갈 때마다 저절로 교성이 터져 나왔다.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눈앞이 어찔해진다.

엉성하게 벌어진 다리를 당신의 등허리에 감아 두르고 바짝 당겼다. 입을 벌린 채 숨을 할딱이다 혀를 내어 꾹 다물린 입술을 핥았다. 미간을 잔뜩 구긴 채 움직임에 속도를 붙이던 당신이 사납게 입을 벌려 날름거리던 혀를 옭아맨다. 넘겨받은 타액을 순순히 삼키며 반쯤 감긴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규칙성 없이 밀려드는 절정감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려는 듯 바르작거리는 어깨를 찍어누른 그가 상체가 서로 닿을 만큼 몸을 가까이 맞붙여왔다.

“큭…, 아리아케 씨….”

“윽, 흣…! 이상해, 안쪽이! …아응! 힛!”

찌걱, 철벅. 터질 듯 부푼 양물이 흥건하게 젖은 구멍 안으로 처박힐 때마다 추잡한 물소리가 났다. 간만의 정사인 탓에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애액이 흐르는 좁다란 틈을 쿡쿡 쑤셔질 때마다 배 안쪽이 미친 듯이 욱신거렸다. …아, 좋아. 폭죽이 터지는 마냥 연신 눈앞이 반짝거린다. 끝없이 쌓이는 쾌감에 머릿속이 저릿했다.

“아, 하읏, …힉! 그,렇게, 쾅쾅,하며언, 헤엑, 보지, 망가져…, 아! 으극…!!”

눈물이 날 만큼 강한 쾌감에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경련하는 내벽 안에서 그의 성기가 꺼떡거리며 파정하는 것이 느껴졌다. 허리를 붕 띄운 채 비틀리던 몸이 머지않아 침대 위로 추욱 늘어졌다. 진하게 퍼지는 후희에 한껏 벌어진 허벅지가 부르르 떨렸다. 갖은 액체로 질척해진 살덩이가 빠져나간 자리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감각이 선연했다. 쌕쌕 숨을 몰아쉬며 몽롱한 낯으로 눈을 깜빡거리고 있으면, 깊은숨을 뱉어낸 당신이 돌연 표정을 구겼다.

시선을 슬쩍 아래로 내리자 여전히 잔뜩 성이 난 채 꼿꼿이 서 있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묻지도 않고 멋대로 해대더니, 오늘따라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건가. 느릿하게 몸을 돌려 그 앞으로 기듯이 다가갔다. 번들거리는 기둥을 쥐고 밑으로 당겨서는 벌겋게 피가 몰린 끄트머리를 입에 물고 쭉 빨아올린다. 그 상태로 기둥을 몇 번 훑어 올리면 요도 안에 남아있던 정액이 딸려 올라와 혓바닥 위로 비릿하게 퍼졌다.

혀를 내어 진득하게 묻어있는 체액을 핥아 올리다 혀끝을 세워 귀두 끝의 갈라진 틈을 살살 자극할 때마다 머리 위로 얹힌 큼직한 손에 힘이 들어간다. 들으란 듯이 부러 쭙쭙거리는 소리를 내면, 아래를 내려보던 시선이 언뜻언뜻 붉게 번뜩였다.

“…에헤?”

모르는 척 눈을 휘어 웃자 침대가 크게 출렁였다. 앗. 당신의 체중이 실리는 대로 기우뚱해졌던 몸이 홱 뒤집혔다. 거칠한 손이 허리를 잡아끌면, 어느새 엎드린 채 엉덩이를 삐죽 세워 올린 꼴이 되었다. 조금 전까지 입안에서 굴리던 살덩이가 흠뻑 젖은 구멍 위를 문지르는 감각에 몸을 움츠린다. 잔뜩 벌어진 채 뻐끔거리는 음부와 다르게 뒤는 아직 다물린 채였다. …히윽! 흥분한 탓에 제법 말랑하게 풀어진 틈으로 그의 것이 불쑥 고개를 들이민다.

아랫배를 타고 올라오는 익숙한 감각에 발끝이 한껏 곱아들었다. 이미 다 안다는 듯 능숙하게 파고든 성기가 달아오른 내부를 휘젓는다. 두꺼운 기둥에 내벽을 짓눌릴 때마다 히익, 헥, 하며 가쁘게 숨을 들이켰다. 허리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쪼록. 아랫배가 함께 눌리는 통에 벌름거리던 요도구에서 말간 물이 몇 방울 새어 나왔다.

“흐, 아흣…! 너무, 깊…! 헤끅…. 엉덩이, 기분 좋아….”

거칠게 허리를 쳐대며 결장 근처를 푹푹 쑤시는 움직임에 이제 수치를 느낄 틈조차 없었다. 교미하는 짐승처럼 정신없이 하반신을 비벼대며 당신을 채근하듯 안을 꾹 조이면, 잔뜩 피가 몰린 좆대가리가 기어이 좁아터진 틈을 뚫고 들어와 결장 너머까지 박혔다. 아찔한 감각에 애꿎은 시트를 입에 물고 끙끙 앓는 소리를 했다. 사정감 대신 치미는 간지러운 열감에 몸을 비틀었다. 어딘가 부족했다.

허우적대던 손을 음부에 가져다 댄다. 박힐 때마다 울컥울컥 역류한 체액으로 금세 미끄러워진 손끝이 당신이 핥아대던 볼록한 중심부에 닿는다. 마치 발기라도 한 것처럼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그곳을 중지 끝으로 슬쩍 누르자 등허리를 따라 머리끝까지 아찔한 성감이 끼쳤다.

“하으으, 아…, 앗! 헥, 히윽…!”

형용할 수 없는 쾌감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젖은 손으로 요령 없이 끄트머리를 자극하며 눈물을 찔찔 흘렸다. 불이라도 붙은 마냥 뱃속이 뜨거웠다. 땀으로 흠뻑 젖은 살갗이 저릿하게 울렸다. 몇 번이나 절정 했는지 셀 수도 없었다. 사정없이 안을 범해지며 기꺼운 울음소리를 낸다.

아리아케 씨…. 이름을 부르는 나직한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말간 애액이 허벅지 안쪽을 온통 적시고 있었다. 경련하는 어깨를 쥐고 상체를 끌어 올려 제 몸을 품에 안은 그가 손을 겹쳐온다. 여전히 힘주어 허리를 쳐올리며 거칠한 손끝으로 무방비하게 드러난 극점을 문지르고 비벼대는 것에 벌어진 입에서 말이 되지 못한 소리들이 엉망으로 쏟아져나왔다.

“흐엑, 윽…. 끄으…, 힉, 으흣! 우, 그만! 안 돼, 가, 가아아…!!!”

지치지도 않는지 밑에서 또 물이 흘렀다. 빠르게 점멸하던 눈앞이 하얗게 바래지고, 한껏 긴장한 채 파들파들 떨리던 몸이 당신에게로 기울어진다. 이를 세워 깨물고 있는지 목덜미가 따끔거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팔뚝을 구명줄마냥 붙들고 숨을 씨근거렸다. …아직, 부족했다.

“하아, 흐…. 오오사키, 씨….”

흥분한 음성으로 그를 부른다. 당신은 대답하는 대신 몸을 안은 손에 힘을 실어 왔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일정을 비워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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